문화생활85 신세계 - 세남자가 가고싶었던 서로다른 세계 10년 가까이 심어둔 언더커버를 풀어주고 싶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았는가. 석동출 회장도 죽었고, 이제 원하는 놈을 회장자리에 앉히기만 하면 이 일도 끝이다. 그런데 누가 좋을까? 정청. 화교출신의 북대문파 보스. 화교출신인 이자성을 끌어들인 건 정청 밑으로 심어두기 위해서였지만 긴 시간 겪어본 결과 정작 이놈은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고 이중구? 천방지축 제 멋대로인 깡패새끼를 회장 자리에? 차라리 이 둘을 이간질시켜 공멸하게 만들고 바지사장 하나 세워서 골드문을 장악하는 건 어떨까? 대외서열 2위인 장수기가 있었지. 몇 년전 정청과 이중구에게 인수분해를 당하기는 했지만 대외적으로는 아직 쓸만한 인물. 그래, 장수기를 회장으로 세우고 이자성을 부회장으로 .. 2022. 8. 13. 애나만들기 - 가짜 독일인 상속녀의 이야기 소스타인 베블런이 자신의 책 ‘유한계급론’에서 유한계급의 과시적소비를 언급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전인 1899년이었지만 그의 주장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유효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소위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사치품들의 수요가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부유층의 소비도 있겠지만 부유층의 사치를 모방하려는 욕구를 가진 중류층의 소비도 ‘오픈런’이라는 기이한 사회현상을 일으킬 만큼 사치품 수요의 상승곡선에 보탬을 주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개인 SNS를 통해 ‘좋아요’를 받으며 인간의 기본적 심리중 하나인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개인들은 명품을 몸에 두른 자신의 모습과 유명관광지나 호화로운 숙소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 또는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 더.. 2022. 8. 12. 동물원 - 어쩌면 동물들의 감옥일지도 모를... 칼 하겐베크 이후 동물원의 형태는 철조망 대신 해자로 인간과의 분리를 이룬다. 넓은 공간안에 만들어진 인공의 높은 바윗더미 꼭대기에 오른 한마리 산양은 해자너머 울타리 밖 어딘가에 있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않는 자신의 고향을 찾아보려 거기에 올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대국가 황제들의 과시용 동물전시에서 시작된 동물원이, 현대에는 그 존재 이유를 교육과 위락, 혹은 동물의 보존을 명분으로 삼지만 보존받기 위해 사냥 당해지는 동물의 입장을 생각 해 본 이후 동물원에 가서 갇혀있는 그들을 보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동물들이 사는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 그들의 생태를 엿보는 형태로 점점 동물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많은 현실이다. 그들의.. 2022. 8. 11. 피프티피플 - 느슨한 얼개로 살아가는 각자의 인생 내가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주변의 사람들은 각자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인생들이 알게 모르게 서로 얽혀 세상을 굴린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얽혀 있는 50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50개의 인생. 사족 1. 피프티 피플이지만 등장인물은 총 51명이다. 2. CCTV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차태현 주연의 영화 '슬로우비디오'가 떠오르는 영화다. *여러분의 공감과 구독은 블로그 운영에 큰 힘이 됩니다. 2022. 8. 10. 영웅본색 - A BETTER TOMORROW 1987년 초여름,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변두리 극장에 홀로 앉아 넋을 놓고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영웅본색. 영어제목은 A BETTER TOMORROW. 당시는 이름도 생소했던 주윤발과 적룡, 그리고 장국영이 나오는 그 영화는 그때까지 내가 낄낄거리며 보아오던 성룡의 코믹무술영화와는 거리가 먼, 서양인에 비해도 결코 뒤지지않는 우월한 기럭지의 사내들이 거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코트를 떨쳐입고 의리와 배신의 총격전을 치르는 갱스터 무비였다. 그들은 갱이었지만 인간적이었고, 가족과 친구를 사랑했으며 배신당한 친구를 대신해 목숨을 건 복수를 감행하는 의리있는 사나이들이었고,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위험에 빠진 친구와 그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생을 구하러 와서는 “네 형은 새로운 삶을 살려고 .. 2022. 8. 9. 거미를 품은 달 이슬 내리는 한 밤에 거미는 손님 맞을 새 집을 준비하고는 제 집의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린다. 그렇게 자리잡은 거미를 구름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달빛이 슬며시 제 품에 안았다. *여러분의 공감과 구독은 블로그 활동에 큰 힘이 됩니다. 2022. 8. 7. 이전 1 2 3 4 5 6 7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