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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의 힘

문화생활/사진이야기24

골목안 풍경 - 김기찬 작가의 사진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구도심에는 늘 골목이 있었다. 골목길은 대부분 산비탈을 끼고 있었고 대문을 열면 앞집의 문이 바로 보였다. 앞집엔 대개 또래의 친구들과 족보를 알 수 없는 개들이 있었고 좁아터진 집보다는 골목이 더 편한 놀이터였다. 볕이 따뜻한 봄엔 동네 할머니들이 회벽을 등지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셨고, 좁은집에 들어앉아 있기 더운 여름엔 어른들도 집 앞 골목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1960년대부터 동네의 골목길을 찍은 김기찬작가의 사진들은 언제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지금은 헤어져 생사도 확인이 힘든 그 시절 함께 살던 동네사람들의 소식을 궁금하게 한다. 대부분 새로 개발되어 아파트 단지만 가득한 서울과 재개발로 길의 모양마저 변해버린 도시들의 모습은 이제는 내가 자랐던 어렸을 적 그곳이 아닌 듯 낯선 모습이 되.. 2022. 9. 7.
프로젝트솔저 - 참전용사를 찾아서 2차 세계대전이 적을 패배시키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한국전쟁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 군인이게 이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군인의 자부심은 이기는것에 있지 않고 지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가지는 자부심은 대단히 크다. 그러나 투르키예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게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고, 본인들은 '잊혀진 퇴역군인'들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알지도 못하는 저 먼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영웅들은 지금은 90대의 노인들이 되셨고, 젊은시절 전쟁터에서 얻은 장애와 트라우마를 평생 지니고 사셨다. 몇십년이 흘러 자신들이 도움을 주었던 나라의 젊은이가 이제는 오히려 .. 2022. 8. 30.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1956년 이른 봄, 서울 명동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경상도집'에 문인 몇몇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고, 마침 그자리에는 가수 나애심도 있었다. 일행이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하였으나 나애심은 노래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당대 문인중 최고의 멋쟁이였던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이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즉석으.. 2022. 8. 26.
RCA건설현장 철제빔위에서의 점심식사 여럿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중 으뜸을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뽑힐 것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것이다. 여럿이 식사를 하는 사진을 꼽으라면 어떨까? 아마도 1932년 10월2일자 뉴욕 헤럴트 트리뷴지에 실린 RCA(현재의 30록펠러 플라자)건설현장 꼭대기에 매달린 철제빔에 안전장치도 하지 않고 앉아 점심을 먹는 노동자들의 사진이 으뜸으로 꼽힐것이다. "뉴욕에 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달려갈때 이 용감한 철강 노동자들은 70층짜리 RCA 빌딩의 꼭대기, 243M에 매달린 아찔한 철제 빔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바람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 아래에 달아놓은 글귀에서 보여지듯 위의 사진은 RCA의 홍보를 위해 찍은 사진들중의 하나다. 물.. 2022. 8. 22.
독수리와 소녀 - 잘 알지도 못하면서... 1994년 퓰리쳐상 수상작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젊은 사진가 케빈 카터가 수단의 아요드 지역에 있는 식량배급소 근처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앙상하게 마른 소녀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질 듯 엎드려 있고 독수리 한마리가 본능적으로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 바라보고 있는 사진으로 당시 수단의 기아 상태의 비참함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진이다. 이 사진이 뉴욕타임즈에 실리면서 수단에 대한 구호가 세계적으로 활발해 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이 실리고 난 후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문의와 사진을 찍느라 소녀를 구하지 않았다는 뚯하지 않은 비난이 케빈 카터에게 쏟아졌다. 어떻게 죽음에 직면한 소녀를 위험에 놓아두고 사진을 먼저 찍을 수 있느냐는 보도 윤리에 대한 질책이었다. 자신의 고국인 남아프리.. 2022. 8. 18.
동물원 - 어쩌면 동물들의 감옥일지도 모를... 칼 하겐베크 이후 동물원의 형태는 철조망 대신 해자로 인간과의 분리를 이룬다. 넓은 공간안에 만들어진 인공의 높은 바윗더미 꼭대기에 오른 한마리 산양은 해자너머 울타리 밖 어딘가에 있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않는 자신의 고향을 찾아보려 거기에 올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대국가 황제들의 과시용 동물전시에서 시작된 동물원이, 현대에는 그 존재 이유를 교육과 위락, 혹은 동물의 보존을 명분으로 삼지만 보존받기 위해 사냥 당해지는 동물의 입장을 생각 해 본 이후 동물원에 가서 갇혀있는 그들을 보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동물들이 사는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 그들의 생태를 엿보는 형태로 점점 동물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많은 현실이다. 그들의.. 2022.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