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노인에게 노후의 삶은 너무나 고되다.
정책적인 복지시스템은 잘 갖추어 져 있을지 모르나 그 시스템을 이용해야하는 노인이 그 안으로 들어가기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다.
치매를 앓고 있던 아내를 돌보느라 모아놓았던 돈은 간병비와 병원비로 다 써버리고, 자신도 병에걸린 노인에게 복지정책은 냉엄하기만 하다.
"당신은 질병수당을 받기에는 우리 기준에 부합되지 않습니다."
노인을 진료한 의사는 쉬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국가의 복지시스템은 아직 쉬면서 수당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노인은 아픈몸을 이끌고 다시 일자리를 얻어 일을 해야 하지만 몸까지 좋지 않은 노인이 일 할 만한 자리는 없다.
다시 찾은 관공서.
실업수당이라도 신청하고 싶지만 노인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모든 신청은 '업무운영에 효율적인'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해야한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에게 그건 또하나의 넘어야 할 벽에 다름아니다.
간혹 마주치는 직원에게 항의해 보지만 제도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소위 '복지국가'라고 일컬어지는 국가에서 노인이 누릴 수 있는 복지는 없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아닙니다.
나는 보험번호 숫자도, 화면속 점도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아닙니다.
거지도, 도둑도 아닙니다.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인간적 존중을 원합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결국 심장마비로 죽을 때까지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한 노인의 절규는 그래서 가슴 아프다.
모든 복지정책이 수립되기 전 우리는 그 정책안에 인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 켄 로치의 대표작으로 2016년 칸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사족
1. 디지털 문맹.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중인 우리사회에서 과연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될 일일까?
2. 우리나라에서도 시행중인 각종 지원사업을 보면 준비해야 할 서류와 절차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떻게 해서든 국가의 지원금을 부당하게 취득하려는 사람들을 피하려고 만든 절차겠지만 그 까다로운 절차 탓에 정말로 그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소위 '브로커'라는 편법의 달인들에게 돈을 주고 절차를 맡길 능력이 되는 사람들만 지원금을 받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3. 포스터는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닮았다.
다니엘에게 인간으로써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마지막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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