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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의 힘
문화생활/독서일기

한복입은 남자 - 장영실, 다빈치를 만나다(?)

by 죽은척하기 2022. 8. 27.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진건 세종24년, 그러니까 1442년의 일이다.
세종대왕의 안여가 망가져 불경죄로 처벌받았다는 기록 이후 단 한줄의 기록도 찾을 수 없어 그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 기록으로는 확인 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장영실의 마지막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많이 창작되어지곤 하는데 이상훈의 소설 '한복입은 남자'는 장영실이 사라진 미스터리에 더해 1617년에 그려진 루벤스의 그림 '한복입은 남자'와 명나라 장군 정화의 원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 낸다.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발명품들이 창작된 시기와 당시 서양에는 익숙치 않았던 풍경화를 다빈치가 그렸던 점 등에 영감을 얻어 혹시 사라진 장영실이 세종의 배려로 중국으로 건너가 정화의 원정대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가게 되고 그곳에서 어린 다빈치를 만나 그에게 과학적 영감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또한 그는 루벤스가 그린 '한복입은 남자'의 모델이 임진왜란 당시 유럽으로 끌려간 조선인이 아니라 장영실의 후손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와 관련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문체는 쉽고 미스터리를 섞어낸 역사물이라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역사의 행간을 채우는 이야기는 고증이 우선이기도 하고 창작이 섞인다 하더라도 너무나 허무맹랑하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영실의 생몰연대가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1423년 상의원 별좌로 임명되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대략 장영실이 태어난 해는 1390년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 시기가 1442년 이었으므로 그즈음 그의 나이는 대략 50대초반이었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태어난 해가 1452년이니 다빈치가 태어났을 즈음 그의 나이는 60을 넘겼을 것이고, 대략 다빈치가 열살때 만났다 하더라도 조선시대의 평균수명인 35세를 두배나 넘는 70을 넘긴 나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하나, 정화의 원정대가 7차원정을 마친 시기가 1433년이니 정화장군의 도움을 얻어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상상도 시기상 말이 되지 않는다.

루벤스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이 나온 이후이기는 하지만 진실이 밝혀졌다.
'한복입은 남자'는 루벤스가 1617년 그린 그림으로 그 동안은 임진왜란당시 유럽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를 모델로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16년 네덜란드의 테이스 베스트스테인 교수가 '중국상인 이퐁의 초상화'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림의 모델이 조선인 '안토니오 꼬레아'가 아닌 명나라 상인 '이퐁'인것으로 밝혀졌다.

역사소설은 언제나 흥미롭다.
기록의 행간을 채우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생각지도 못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간에 대한 상상이 과할때 이야기는 독이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상상으로 만들어진 창작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 재미로만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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