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空'의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의 다 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 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연쇄살인을 멈춘 45세이후 병수의 인생은 반야심경의 한 구절에 수렴한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건 과거가 사라진다는 뜻이며, 미래기억 (무엇을 해야한다 라는 기억)이 사라진다는 건 미래도 존재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린 인간은 '空'의 세계에 든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발버둥치며 살인자로부터 딸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퇴한 늙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갑작스런 반전이 머리를 치는 이야기는 시원시원 단출하고 쉽게 읽혀 내려가지만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묘사는 그 여운이 길다.
사족
1. 김병수의 증상은 '작화증 (Confabulation) 으로 추정된다.
잃어버린 기억의 공간을 본인이 원하는 이야기로 채우고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치매증상 중 하나다.
2. 2017년 원신연 감독이 설경구를 주연으로 영화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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