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BBA의 명곡들을 소재로 '맘마미아'라는 걸출한 뮤지컬을 만들어 낸 것처럼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을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뽑아냈다.
신윤복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남녀가 유별했던 그 시대에 거침없이 여인의 몸을 대상으로 그려낸 그림들 대문에 혹시 그가 여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소설책 안에 그림을 함께 실어놓아서 소설을 보며 조선을 대표하는 두 화가의 멋진 그림을 구경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책을 보지 않았더라도 책의 제목이 낯설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해서 SBS방송국에서 2008년에 드라마를 만든적이 있어서다. 당시 잘나가던 박신양 배우와 문근영 배우가 각각 김홍도와 신윤복을 맡아서 공연했고, 시청률도 14%정도 기록하면서 꽤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기록된 역사의 행간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창작자의 자유이자 능력이다.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없었던 역사는 아닐테니까. 다만 그것이 맥락 없는 왜곡의 수준으로 표현될 때 이야기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그래서 조심스럽고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2021년 방영예정이었던 '조선구마사'라는 드라마가 방영 1회만에 중국의 '역사동북공정'에 부합하는 왜곡수준의 드라마라는 비난에 폐지된 사례는 역사에 관련된 창작에 고증이 얼마나 중요한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사족
1. 조선왕조실록이 처음 데이타베이스화 되어서 CD로 나왔을 때 웬만한 소설가, 작가들은 다 구매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조선의 기록량은 어마어마하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그 어마어마한 양의 실록에 기록된 한줄 뒤에 숨은 행간에서 창작된 이야기들도 많은데 대표적인 것 몇가지를 소개한다.
영화 '광해' - 광해군 8년 2월28일,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다.
드라마 '대장금' - 중종 39년 10월26일, "내 증세는 여의 장금이 안다."
영화 '물괴' - 중종 6년 5월9일, '밤에 개 같은 짐승이 문소전 뒤에서 나와 앞 묘전으로 향하는 것을, 전복이 괴이하게 여겨 쫕으니 서쪽 담을 넘어 달아났다. 명하여 몰아서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였다.
2. 작가 이정명은 역사에 관련된 팩션을 주로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데, "뿌리깊은 나무"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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