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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의 힘
문화생활/독서일기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 노포의 기억

by 죽은척하기 2022. 6. 30.

2022년 6월 25일 오후 4시.
을지로를 37년째 지키던 을지면옥이 문을 닫았다.
2019년부터 일대에 시작된 재개발의 여파는 오랜 단골들의 발길과 '힙지로'라는 젊은사람들의 트렌드도 비껴가지 못했다.
물론 을지면옥은 아마도 다른자리에 가게를 열게 될 것이다.
2011년 5월 종로타워 뒷쪽에 100년을 자리잡았던 '이문설농탕'이 사라지면서 근처의 다른가게로 옮겨 재오픈 하고 지금도영업을 하고 있듯이 말이다.

자본의 논리는 작은 골목상권에도 꼼꼼히 영향을 끼친다.
오래된 맛집은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재개발이라는 땅주인들의 재산권 행사에 속수무책이고, 구멍가게는 조금 더 큰 자본인 슈퍼마켓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그 슈퍼마켓은 더 거대한 자본인 대형마트에 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아있던 몇몇의 구멍가게는 이제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밀려나 잊혀진 존재가 되어간다.

낯익은 장소가 사라지면, 추억의 한 부분도 떨어져 나가고, 떨어져 나간 자리의 상처가 아물때 까진 또 많은 시간이 필요 하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또 새로움에 적응하며 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든 잊혀져가는, 낡았지만 그래서 정겨운 것들에게 보내는 연서에 다름아니다.

사족

1. 책에 실린 펜과 아크릴로 그린 전국의 구멍가게 그림들은 www.leemk.com 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2.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 이름이 참 예쁘다.
출판사이름처럼 경남 통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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