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미는 부지런하고 강한 사람이었다.
언청이에 한쪽 다리를 저는 아비에게 팔리듯 시집왔지만 다행히 아비도 점잖고 착한 사내였다.
자식을 줄줄이 잃었다.
굿을하고 얻은 딸 선자는 그래서 귀했다.
어미는 딸을 곁에 두고자 했지만 아비는 딸이 훨훨 날기를 원했다.
아비가 폐병으로 죽고나서 시작한 하숙.
식민치하였지만 어미의 부지런함은 배곯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선자는 어미를 도와 하숙집을 지켰다.
일본건달들에게 봉변을 당할뻔한 선자를 도와준 고한수는 조선인이었지만 일본과 부산을 오가며 큰돈을 만졌다.
고한수와의 연애.
선자가 고한수의 아이를 가졌지만 고한수는 일본에 아내와 딸들이 있었고 선자는 첩은 될 수 있었지만 고한수의 아내가 될순 없었다.
첩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이삭은 순수한 사내였고 목사였다.
선자의 사정을 알고도 함께 오사카에 가자고 했다.
간단한 결혼식을 올리고 오사카로 갔다.
다시는 어미를 만나지 못할터. 서럽고 슬펐다.
이제 믿을 사람은 백목사와 그의 형 부부뿐.
책임감 강한 기독교인이지만 아직 유교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백목사의 형.
착하고 예쁘지만 아직 양반의 때를 벗지 못한, 세상이 무섭기만 한 손윗동서.
고한수의 아들과 백목사의 아들을 낳았다.
백목사가 무정부주의자들과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잡혀갔다.
백목사의 형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그의 아내는 울기만 한다.
김치를 담궜다.
무작정 수레에 싣고 장터로 나간다.
목소리가 안나온다.
처음 해보는 장사. 낯설고 두렵다.
그러나 해야한다.
아이들을 위해, 백목사의 옥바라지를 위해, 먹고 살기위해.
끝없이 목청껏 외친다.
"김치 사이소! 시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라예. 김치사이소. 오이시 데스!"
시련의 시대를 살아낸 이세상 모든 선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파친코.
사족
1. 재미교포 이민진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총 두권으로 나와있고 문학사상에서 출간되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여러곳에서 드라마나 영화화 제의가 있었으나 모두 각색에 화이트워싱(주인공의 백인화)을 전제로 하여 작가가 거절했다고 한다.
오직 애플에서만 화이트워싱없이 만들기로 하여 작가가 허락했고 한국계 감독인 코고나다(코고나다 감독은 최근 After Yang을 연출한 감독이다.)와 저스틴 전이 공동 연출하며 아시아계 배우들을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기용했다.
50년 연기경력의 윤여정도 대본리딩을 시켜보고 선발 했다고 전해진다. - 그 후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애플입장에서도 대단한 캐스팅을 한 셈이 되었다. 물론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2. 원작소설은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는데 비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와 1980년대를 교차편집하여 진행된다.
아마도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대비를 통해 보여주려 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오프닝 시퀀스가 상당히 독특한 편이다.
파친코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는데 그게 꽤 매력적이다.
배경음악으로 쓰인 팝송은 The Grass Roots의 Let's Live For Today.
4. 김민하 (젊은선자) 와 정인지(선자엄마 양진) 배우의 발견은 이 드라마가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이다.
좋은 배우의 발견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
'문화생활 > TV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나 - 타인의 인생을 훔친여자 (8) | 2022.07.01 |
---|---|
종이의집 - 공동경제구역 (4) | 2022.07.01 |
지옥 - 죽음을 고지받은 자, 당신의 죄는 무엇인가 (0) | 2022.06.28 |
종이의 집 - 신박한 케이퍼드라마 (0) | 2022.06.23 |
오징어 게임 - 엘리트의 민낯 (0) | 2022.06.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