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은 27명의 왕이 518년간 다스린 나라다.
장자세습을 원칙으로 했지만 장자가 왕위를 물려받은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경종 일곱명이 전부다.
나머지 20명의 왕들은 왕위의 찬탈이나 장자의 죽음, 정비의 소생이 없어 후궁의 자식이나 왕의 동생이 자리를 이어받아 왕이 된 케이스다.
비정상적인 왕위 계승이 많았던 만큼 이를 둘러싼 온갖 음모론도 함께 많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음모론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이 독살설이다.
책의 제목이 독살설이기 때문에 극약을 통한 적극적인 독살을 떠올리기 쉬우나 소현세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못된 처방이나 환자가 피해야 할 음식등의 진상으로 인한 부작용 유발등의 소극작 타살의혹이 대부분이다.
역사학자 신병주는 이러한 독살설에 대해 그렇게 많은 왕에 대한 독살이 실제로 이루어 질 만큼 조선사회가 어수룩하지 않았으며 만일 그런 일들이 실제로 그렇게 많았다면 조선이 500여년이나 왕조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왕들에 대한 독살설이 나름대로 그럴듯 한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안타까운 역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문종이 단명하지 않았다면,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정조가 영조만큼 오래 살았다면, 효명세자가 요절하지 않고 왕위에 올랐다면. 조선의 역사도 달라졌을테고 혹시 지금 우리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들의 죽음을 하늘의 뜻이 아닌 못난 수구세력들의 만행이었을 것이라 여기게 하여 그들에게 역사의 죄를 묻는 것이다.
사족
1. 저자인 이덕일 교수는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다. '동북항일연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 재야사학자라고 자처 할 만큼 소수의견을 내세워 정설과는 거리가 있는 학자다.
저술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며 그의 책에 정설에 배치되는 주장을 많이 싣기 때문에 음모론을 좋아하는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작가 이기도 하다.
음모론은 자극적이기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정설은 아니니, 책을 읽을 때는 정설도 함께 찾아보는것이 좋겠다.
2. 이덕일은 서인과 노론이 조선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의 글에선 그들에 대한 분노가 숨김없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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