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8월 18일 오전 10시.
본국으로의 귀환을 3일 앞둔 미군소속 UN군 경비중대장 보니파스 대위는 새로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소대장 마크 배럿 중위와 부사관 4명, 대한민국 국군 장교 1명과 병 4명을 지휘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의 '돌아오지않는 다리' 남쪽 UN군측 부근에서 초소의 시계를 방해하는 미루나무의 전지작업을 하는 대한민국 노무자 5명의 작업을 감독, 경비하고 있었다.
작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던 10시 50분경, 북한군 장교 2명이 15명의 병력과 함께 나타나 작업을 중지 할것을 요구해 왔다. 보니파스대위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작업을 계속 진행 할것을 지시했고, 작업은 계속 진행 되었다. 11시 30분경 북한쪽에서 병사 20명을 태운 트럭이 이들 앞으로 도착했다.
북한군 중위 박철이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으나 보니파스대위가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이어가자 북한장교 박철의 신호를 시작으로 북한병사들이 트럭에 싣고 온 둔기와 노무자들의 도끼를 빼앗아 UN군과 국군을 무차별 폭행 하기 시작했다.
기습적인 폭행으로 가장 먼저 쓰러진 보니파스 대위의 머리위로 도끼날이 내리 꽂혔고 그는 그자리에서 여러번 도끼에 맞고 즉사했다. 배럿 중위는 동시에 달려든 여러명의 북한군의 몽둥이에 맞고 쓰러져 후에 병원으로 이송 되었으나 이송도중 숨졌다. UN군 병사 1명을 제외한 전원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건을 보고받은 미국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휴가차 일본에 머물고 있던 주한미군사령관 스틸웰이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데프콘3'을 발령하는데 합의 했다.
미국 본토에서도 보복을 결의했다. 베트남전이 패배로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 한 일이라 더 이상 공산주의자들에게 밀린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이 득세 했다.
미국은 전설속의 거인 나뭇꾼의 이름을 딴 '폴 버니언 작전'으로 작전명을 정하고 준비에 돌입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8월19일부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 20대가 대구비행장으로 이송되고, 미드웨이급 항공모함과 순양함 5대가 함재기 65대를 싣고 서해안에 배치 되었다. 주한미군의 포병부대가 휴전선에 전진 배치 되었고, 미군 12,000명에 대한 증원이 요청되었다. 전략 폭격기 3대가 괌에서 발진 했고, 오키나와 미공군기지에서 전투기 24대도 발진 했다. 미 공병대는 임진강 도하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북한이 조금의 도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당장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고 북한은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국의 긴밀하고 대대적인 대응에 하얗게 질린 북한도 8월19일을 기해 전군에 비상동원령을 내리고 방송을 통해 미국을 비난 했지만, 북한의 말도 안되는 짓을 보고받은 소련과 중공등의 동맹국들도 북한을 맹비난 하며 손절한 마당에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꼬리감추기 밖에 없어 보였다.
이렇게 철저히 준비 했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도 판문점에서의 충돌을 전면전으로 끌고 가기는 부담스런 일이었다. 미국내의 여론도 베트남전 이후 반전의 분위기가 훨씬 우세였고,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은 세계 제3차 대전의 발발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시 한번 미루나무를 자르러 공동경비구역에 공병단을 들여보내기로 한다. 이 때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이 있으면 그걸 계기로 전면적인 공격을 하기로 한 것이다.
8월21일 카투사로 위장한 대한민국 1공수 특전여단 소속 부대원 64명이 엄호하는 가운데 미국 공병대소속 군인들이 나무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북한측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UN군 모르게 박정희 대통령의 비밀 지령을 받은 공수득전여단 부대원들은 공동경비구역내의 북한 초소와 기물들을 때려부수며 북한을 도발 했지만 북한군은 모두 철수하고 멀리서 망원경으로만 지켜볼뿐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김일성이 직접나서 유감을 표명했고, 미국은 유감의 표명이 아닌 사과를 요구하며 거부했으나 하루만에 이를 수락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된다.
1976년 8월18일은 판문점에서 북한이 UN군 장교 보니파스와 배럿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러 한반도에 전운이 짙게 드리웠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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