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 13일, 스위스에서 낭보가 날아 들었다.
제 42회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우선은 기쁘고 놀라웠다. 아시아권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도 아니고 서구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는 소식은 열악한 우리나라의 당시 영화계를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였기 때문이었다.
세계 3대 영화제라고 일컬어지는 베니스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고 돌아온 것이 1987년의 일이었지만 여전히 한국영화계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1988년 국내 개봉한 한국영화중 가장 흥행한 작품이 ‘매춘’이었고 1989년 한국영화 개봉작중 비공식 집계로는 ‘영구와 땡칠이’가 1위를 달리던 시절이었다.
사실 영화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거나 영화관련 공부를 하던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는 ‘로카르노 영화제’라는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예술영화 부분에서는 꽤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도 예술영화였는데, 당시 효성여대 교수이던 감독이 감독, 제작, 연출, 각본, 촬영, 미술, 편집, 조명을 거의 혼자 맡아 8년간 기획하고 4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당시 대상과 함께 청년 비평가상, 국제 기자협회상등 5개부분을 석권했고, 감독은 400만원의 상금과 영화진흥공사가 국제 영화제 수상작에게 지급하는 격려금 1억 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8월13일은 우리나라 독립영화의 효시로 언급되는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제 42회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날이다.
사족
1. 그 후 감독은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이라는 작품으로 1995년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그 이후에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그랑프리를 차지한 그 해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도 같은 영화제의 후보에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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