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님 손님 오셨어요.
손님?
팀장님 친구라는데?
친구 누구?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녀다. 첫눈에 알아본다.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그러나 모르는 척 묻는다. “누구...?”
집을 짓겠다고 왔다.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살거라고 했다.
남편과는 별거 끝에 이혼했고 제주도로 아주 내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어리숙했던 건축학과 새내기 시절, 기찻길 데이트에서 그녀는 내게 집을 지어달라고 했고, 나는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
그녀가 어린시절을 보낸 제주의 바닷가 앞 낡은 집.
그 집위에 어릴적 그녀의 흔적은 남겨둔 채 새로운 집을 얹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터질 듯 설레던 첫키스의 추억과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던 오해로 나혼자 끝내버린 내 첫사랑의 추억을 꺼내보며 그녀의 집을 새롭게 짓는다.
이제 집짓기는 끝났고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남편이 되기 위해 떠나야 한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나를 찾아온 걸까?
어린시절 커다란 상처를 안고 헤어진 나를, 십수년이 지난 지금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왜 이제야 찾아온 것일까?
“난, 니가, 내 첫사랑 이었으니까...”
이제 첫사랑을 남겨둔 채 나는 떠난다.
첫사랑의 흔적은 내가 지은 그녀의 집위에 남겨두고 새로운 사랑을 내 삶위에 얹기 위해 먼곳으로 떠난다.
그녀가 그 시절 내게 남겨주었던 낡은 CD플레이어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첫사랑 그녀에게 돌려보내며, 내 서툴렀던 젊은날의 사랑에 작별을 고한다.
사족
모두들... 잘 살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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