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한 천문학자의 머리에서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그 아이디어란 바로 "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찍어보자"는 것. 이 이상하고도 괴이한 발상을 해낸 사람은 바로 당시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만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촬영하는 데도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이 귀하신 물건으로,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구역을 쳐다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자 낭비였다. 학자들 사이에 '쓸데없는 짓'이라는 의견과 '해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다.
허블 망원경의 발사와 운용에는 총 1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었는데, 수명 30년으로 계산하면 하루 사용료 10억 원이 나가는 꼴이다. 이런 비싼 관측장비를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빈 공간 관측에 10일씩(미약한 빛을 응집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나 투자하자는 주장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먼 우주를 찍을수록 더 과거의 우주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데,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그만큼 더 희미하고 어둡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들여서 촬영해야 한다. 지상 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방해로 인해 이렇게 깊은 관측에 적합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는 건 우주 망원경인 허블밖에 없었다. 어쨌든 계획은 수용되었고 1995년의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허블은 큰곰자리의 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 지역을 집중 관측하게 된다.
이때 허블 망원경이 촬영한 지점의 면적은,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하늘 면적의 2400만 분의 1, 즉 100m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본 테니스공의 크기 정도의 면적이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모아 미친 짓이라고 했던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이른바 ‘허블 딥필드’.
아무것도 없을 것 이라는 암흑속에 수많은 은하가 찍힌 것이다.
엉뚱한 과학자의 엉뚱한 발상이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었다.
이 사진속에 찍힌 은하의 개수는 약 3,000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너머에도 수많은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 사진은 단숨에 허블이 찍은 최고의 사진이 되었다.
허블 딥필드 이후 심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8년뒤 업그레이드 된 허블망원경으로 2주의 노출시간을 두고 촬영한 ‘허블 울트라딥필드(HUDF)’와 2012년 NASA에서 발표한 ‘허블 익스트림딥필드(HXDF)’ 프로젝트로 인류는 무려 130억년전의 은하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수명이 다 한 허블망원경을 대신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2021년 12월25일 우주로 출발했고 지구에서 100만마일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약7개월 만에 놀라운 사진을 지구로 전송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오후 6시(한국시각 12일 오전 7시)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첫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그 사진을 한번 감상해 보자.
제임스웹의 수행과제는 135억년전 초기우주의 모습을 관측하고, 은하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며, 별과 행성들의 탄생의순간을 관측하는데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외계행성을 관측하여 생명체의 존재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제임스웹의 건투를 빈다.
사족
여기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NASA홈체이지에서 다운받은 것들이다.
NASA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원본사진을 아주 고화질로 구경하고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여러분의 공감과 구독은 블로그 운영에 큰 힘이 됩니다.
https://www.nasa.gov
'기타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여행 - 둘쨋날(2), 우무, 신창풍차해안도로 (2) | 2022.08.01 |
---|---|
제주여행 - 둘쨋날(1), 약천사, 서연의집 (0) | 2022.08.01 |
제주여행 - 첫날, 사계소희네국수 (15) | 2022.07.31 |
라이카 D-LUX 7 - 빨간딱지를 붙인 똑딱이 (6) | 2022.07.04 |
물향기 수목원 - 전철역 앞 수목원 (0) | 2022.06.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