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지난 4년간의 가요계 활동을 마감하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1996년 1월31일,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 기자회견이 있었다.
1992년 충격적인 데뷔로 대한민국의 가요계 뿐만 아니라 문화지형 자체를 바꾸어 놓았던 그들의 은퇴는 청소년 팬들에게 커다란 공백을 남겼다.
그러나 권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칙은 가요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고, 비어있는 권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듀스나 노이즈, 그리고 룰라같은 댄스그룹들이 탄생해 제법 인기를 모았으나 서태지만큼의 파급력을 갖지는 못했다.
그렇게 청소년들이 마음 붙일곳을 찾지 못하고 있을때 등장한 다섯명의 꽃미남 소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인 H.O.T.는 청소년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로 목말라 있던 소녀팬들의 팬심에 불을 붙였다.
1970년대 가수로 시작해 방송무대의 MC로 활약하다가 1989년 SM기획을 설립하고 현진영을 발굴해 내는등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발휘한 이수만이 미국유학시절 MTV등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돌 댄스그룹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시작해 준비한 보이그룹이 H.O.T.였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H.O.T.의 데뷔와 활동은 철처히 기획 되었고, 멤버들은 캐스팅 디렉터에 의해 선발되거나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 그들이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와 의상은 모두 기획사에 소속된 전문가들에 의해 선택되고 만들어졌으며 팬덤은 기획사와의 소통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었다.
한마디로 H.O.T.는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었고 잘 만들어진 '상품'은 철저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히트상품'이 되었으며, '히트상품'이 돈이 된다는걸 깨달은 사람들은 SM의 방식을 따라 수 많은 '상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었다.
지금의 가요계는 서태지처럼 천재적인 뮤지션 한 명이 등장해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음반을 기획하는 시스템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세분화된 전문가들에 의해 선발되고 훈련되어 만들어지는 '기획형 가수'들이 주류가 된 시대가 되었고 그 첫번째 지점에 H.O.T.의 탄생이 있었다.
H.O.T.를 필두로 젝스키스나 S.E.S 그리고 핑클등의 1세대 아이돌 그룹에서부터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B.T.S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아이돌그룹의 육성과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돌을 세계무대에 등장시켜 성공시키는데 특화된 시스템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이런 육성 시스템은 이제 다른나라에 수출되기까지하는 문화상품이 되었으며 소위 말하는 K문화의 첨병으로 K-POP을 알리는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
1996년 9월 7알운 대한민국 1세대 아이돌의 시작인 H.O.T.가 '전사의 후예'와 '캔디'가 수록된 1집 정규앨범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를 들고 데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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