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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사진이야기

무프타르거리에서 와인 두병을 가지고 오는 어린이

by 죽은척하기 2022. 6. 29.

Enfant rue Mouffetard avec deux bouteilles de vin. 1952 (Henri Cartier-Bresson)

 

내 첫 심부름의 기억은 우리 옆집 담뱃가게에서 거북선 담배 1갑을 사오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청소년보호법이네, 아동보호네 해서 미성년자는 담배를 살 수 없지만 내가 어렸을 시절만 해도 담배나 술은 누구나 살 수 있는 기호품일 뿐이었다. (때문에 당시 시골출신 친구들의 첫 심부름은 대부분 노란 양은 주전자를 들고 양조장에 가서 아버지 술을 받아오는 일이 었다.)

 

오백원짜리 지폐(그땐 500원 짜리 지폐가 있었다.)를 내밀고 거북선 한갑 주세요를 말하고 담배 1갑과 거스름돈을 받아오는 일은 어린 내게 제법 긴장되는 경제활동 이었고 심부름을 마친 뒤 주어진 백원짜리 동전2개로 사먹던 일본 모리나가의 기술을 제휴해 만들었다는 오리온 밀크캬라멜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한 보상이었다.

 

위의 사진은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작품이다.

사진의 제목은 '무프타르거리에서 와인 두병을 가지고 오는 어린이'.(Enfant rue Mouffetard avec deux bouteilles de vin. 1952)

와인 두병을 자랑스럽게 들고 가는 소년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아마 소년도 내 첫 심부름의 기억처럼 심부름 값으로 주어질 동전 몇 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은 아니었을까?

브레송은 그런 소년의 표정을 결정적 순간으로 포착 해 낸 것이 아닐까?

 

평생을 결정적 순간을 찍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돌아보니 결국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Henri Cartier-Bresson. 1908~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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