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뜬 야심한 밤, 남녀가 담벼락 뒤에서 은밀히 만나는 장면을 포착한 그림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파파라치 샷' 같은것이다.
쓰개치마에 가려져 얼핏 보이는 가채로 장식된 머리에 부푼치마, 야심한 밤 문밖 출입을 한것으로 보아 기생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확신 할수는 없다. 연애에 빠진 여인의 과감함이야 양반가 마님이라고 다를바 없지 않겠는가.
남자의 차림새를 보아 남자 역시 귀한집 자제로 여겨지지만 확신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 옆에 적힌 흘려 쓴 혜원의 싯구 하나만이 당시의 둘의 상황을 추측하고 있었다.
월야침침삼경
양인심사양인지.
달도 침침한 밤 삼경(23시에서 새벽1시사이)
두사람의 마음이야 두사람만 알겠지.
에로틱한 밤풍경을 담고 있는 이 그림에서 현대의 과학자들은 달의 모양에 의문을 가졌다.
삼경이면 밤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인데, 이시각에 이런모양의 달은 우리나라에서 관찰이 불가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충남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태형 겸임교수는 그림에 있는 달의 모양으로 미루어 부분월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역사의 기록을 뒤졌다.
승정원일기에서 그는 신윤복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월식기록을 찾아 낸 다음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림속 달의 모양이 가능한 날을 찾아 냈다.
신윤복이 살았을 당시 그림과 같은 모양의 월식이 일어날 수 있는 날은 이틀이었다.
1784년 8월30일과 1793년 8월 21일. 그러나 승정원 일기에 1784년 8월29일부터 8월31일까지는 삼일 내내 비가 내렸다고 적혀있었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월식이 관찰 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림이 그려진 날짜와 시각은 229년전의 오늘 밤인 1793년 8월 21일 밤 11시 50분 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 그림이 실제 신윤복이 그날 밤 묘한 달의 모양을 보고 밤마실에 나섰다가 목격한 장면을 그린것인지, 아니면 상상으로 그린것인지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그림속에 나타난 특징 하나를 보고 예술작품의 제작시기를 밝혀 내고자 한 과학적 연구는 그림 자체가 주는 의미와 함께 작품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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